숫자가 말하는 스토리, 스토리가 움직이는 숫자

숫자가 말하는 스토리, 스토리가 움직이는 숫자

저는 트레바리에서 <90년대생 기업가들>이라는 독서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동 호스트 승건님과 함께, 동년배의 창업가·예비창업가, 혹은 조직 내 허슬러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세 달 전 시작했는데요. 지금은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받는 기업가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신청해주세요!

내 인생을 걸고 꼭 풀어보고 싶은 문제가 있나요? | 독서모임 | 90년대생 기업가들 | 트레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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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함께 읽은 세 번째 책은 에스워스 다모다란 교수의 『내러티브 & 넘버스』였습니다.


1. 왜 이 책을 골랐는가?

“스토리는 좋은데 숫자가 없다”, 혹은 “숫자는 그럴듯한데 맥락이 없다.”

기업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내가 꿈꾸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내러티브와, 그것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임을 증명할 숫자 사이의 간극. 이 책은 그 사이를 통합하라고 제안합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기업 가치평가의 대가답게, 다양한 실제 기업의 사례를 통해 숫자와 스토리의 균형이 어떻게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창업가, 특히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90년대생 기업가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내러티브는 기업의 중심이자 의사결정의 잣대다

내러티브(Narrative)는 이야기 혹은 서사를 의미합니다. 기업에서 내러티브의 출발은 그 기업이 이 세상에 존재해야하는 이유 혹은 풀고자 하는 문제와 그에 대한 해결책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해당 내러티브를 한 문장으로 간명히 표현할 수 있을때까지 고민에 고민을 더하곤 하지요.

초기 기업에서는 PMF(Product-Market Fit)을 찾을 때까지, 시장과 제품을 주제로 내러티브가 상당히 변화하기도 하는데, 일정 궤도에 오른 사업에서는 내러티브가 안정적으로 후치(postposition) 수식되기도 합니다.

일단 타깃 시장과 작은 규모의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게되면 그 내러티브는 작지만 강한 내러티브가 되고, 기업 의사결정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풀고있는 문제보다 큰 문제인 것 같고, 나의 타깃 시장보다 다른 시장이 더 매력적인 것 같은 매일매일의 시간 속에서도 내러티브 하나에 의지해서 창업자 스스로와 구성원들이 되뇌이며 의지를 다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3. 내러티브를 뒷받침하는 숫자는 기업가로서 갖추어야하는 자질

무릇 사업의 내러티브를 뒷받침하는 숫자는 매출, 매출총이익, 영업이익 등으로 표현되며, 최소한 내가 파는 상품과 제품의 단위경제(Unit Economics)로 명료히 설명되어져야 합니다. 작은 자영업도, 큰 대기업도 숫자로 간명히 설명할 수 있어야 사업을 영위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사업의 동종 업계 대비 숫자가 다르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내러티브로 확장을 의미하기도 하고, 매출총이익율 혹은 영업이익율의 혁신은 동종업계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파워풀하다고 믿습니다. 같은 통닭을 팔고, 같은 커피를 팔아도 어떤 기업의 영업이익율이 타 기업대비 2-3배 이상 높다면, 그것은 다른 업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의 근거가 될 수 있겠지요.


4.확장된 시장을 향한 내러티브의 진화

작은 규모의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든 사업이 좀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혹은 IPO를 시도할 때, 그 기업의 내러티브는 또 한번 확장되고 그것을 뒷받침하고자 제시하는 숫자도 달라지게 됩니다.

한때 ‘슈퍼앱’이라는 버즈워드가 유행했던 것도, Sum of Parts (사업 부문별 가치 합산법) 이라는 가치평가 기법과 함께였기 때문에 설득력을 가졌습니다.

  • 야놀자가 숙박 예약 앱에서 글로벌 SaaS 기업을 지향하는 내러티브로 전환했듯,
  • 아마존이 커머스 플랫폼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AWS)**로 탈바꿈했듯,

기업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때는 스토리와 숫자의 일관성과 설득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이 나이가 들면 경영자와 창업자가 라이프사이클 단계에 맞게 내러티브와 숫자를 배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달라진다. 초기 단계의 창업자는 설득력을 갖춘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 실적도, 심지어 제품마저 없을지라도 창업자는 사업의 현실성과 잠재력을 투자자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전환하는 단계라면, 기업가는 자신에게 약속을 숫자로 전환할 수 있는 사업 구축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상장을 시작한 회사의 경영자는 스토리를 뒷받침할 만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을 거쳐야 한다. 성숙 기업의 경영자들은 내러티브의 기본 틀이 현재의 영업실적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업의 매출 성장이 지지부진한데 성장 스토리를 말한다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