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장은 "애플리케이션" 이다
Google I/O 2025와 OpenAI 소식에 비추어

Google I/O 2025는 “이론이 현실이 되다 (From Research to Reality)”라는 주제로, 실험적 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전환하는 구글의 실행력을 보여주었다. 기술 간극이 벌어지는 듯한 허탈감 속에서도, 이번 발표들은 AI 전환기의 기회의 문이 빅테크 외 기업들에게도 열리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1) 제품적 해자를 입증한 Google의 전략
Google은 자사가 이미 보유한 강력한 플랫폼—Google Search, Chrome 브라우저, Gmail, Google Calendar—즉, G-suite 전반을 AI와 결합하며 제품적 해자(product moat)를 더욱 견고히 했다. 다음은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세 가지 발표이다.
Google Meet의 실시간 통역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기능이었다. Google Meet에서 다국어 화상회의 중 1~2초 이내로 상대 언어가 동시 통역된다. 한국어-영어, 스페인어-일본어 등 거의 모든 언어 조합에서 가능하다.
G-suite 기반으로 회의를 운영하는 글로벌 조직이라면 업무 생산성과 소통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능이다.
Zoom이나 Teams에 비해 Google Meet만의 차별적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Project Mariner → 에이전트 모드 (Chrome, Search, Gemini)
사용자의 작업(Task)을 대신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모드가 Chrome, Google Search, Gemini 앱에 통합되었다.
예컨대, “아이유 콘서트 예약해줘”라고 말하면 에이전트가 예매 일정 확인부터 좌석 선택, 결제까지 자동으로 처리한다.
이는 매크로 → 오토클릭 → RPA → AI 에이전트로 이어지는 웹 자동화 기술의 결정판이며, UiPath나 Zapier를 위협할 수 있는 파괴적 흐름이다.
Project Astra → Gemini Live
“아이언맨의 자비스”를 연상케 하는 범용 AI 어시스턴트가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자전거 수리 중 음성 명령으로 필요한 부품 검색, 유튜브 튜토리얼 재생, 매뉴얼 낭독까지 수행 가능하다.
이 기술이 스마트 글래스 등과 결합된다면, 복잡한 산업 현장이나 의료 환경에서도 비숙련자 가이던스, 음성 컨트롤, 매뉴얼 자동 안내 등으로 활용 폭이 무궁무진하다.
(2) OpenAI도 ‘Application’에 집중하기 시작하다
OpenAI는 최근 Fidji Simo를 Application 부문 CEO로 영입했다. Fidji는 Facebook의 앱 총괄과 Instacart의 CEO를 역임한 사업 실행력에 특화된 리더로, Sam Altman에게 직접 보고하는 포지션이다.
'To strengthen our execution, I’m excited to announce Fidji Simo is joining as our CEO of Applications, reporting directly to me. I remain the CEO of OpenAI and will continue to directly oversee success across all pillars of OpenAI – Research, Compute, and Applications – ensuring we stay aligned and integrated across all areas. I will work closely with our board on making sure our non-profit has maximum positive impact.'
OpenAI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세 가지 축(Pillar)을 명확히 제시했다:
- Research (연구)
- Compute (인프라)
- Applications (제품화)
지금까지 AI의 성장은 Research와 Compute의 영역에서 이뤄졌지만, 이제 진짜 전장은 Applications이다. 수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ChatGPT도 결국 모든 버티컬을 삼킬 수는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각 산업의 특화된 문제를 해결하는 AI 애플리케이션들이 등장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수백조 원 규모의 시장이 새롭게 열릴 것이다.
(3) AI 제품의 첫 고객은 ‘만드는 사람들’
지금 출시되는 대부분의 AI 제품이 겨냥하는 첫 사용자층은 ‘프로덕트 메이커’(개발자/디자이너)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개발자용
Google Jules – 코딩 에이전트
OpenAI Codex – 코딩 에이전트
Microsoft Copilot – 코딩 에이전트
Cursor AI – AI 내장형 IDE
디자이너용
Google Stitch– AI 기반 디자인 패턴 제안
Figma AI Assist– 레이아웃 자동 생성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용
Veo – OpenAI의 텍스트 기반 고화질 비디오 생성기
-Runway / Flow – AI 영상 편집 플랫폼
Vrew – 한국발 AI 영상 편집 솔루션
AI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의 업무 흐름과 완벽히 정렬되었다. 100배, 1000배의 성과 향상이 가능한 첫 사용자군이며, 기술 수용도 역시 빠르다.
(4) 결국은 ‘대중’이 엔드유저가 되어야 한다
AI 제품의 진정한 폭발력은 ‘대중의 일상’ 속으로 들어갈 때 발생한다.
Google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Gmail, Calendar, Chrome에 AI 기능을 녹여내며, 대중 접점을 가장 강하게 보유한 회사의 힘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OpenAI 역시 ChatGPT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지만, 일상 속 반복적인 사용성과 깊이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있다. ‘지브리 모먼트’와 같은 놀라움이 있었지만, Gmail처럼 매일 열고 쓰는 접착성(stickiness) 있는 앱과는 차이가 있다.
“AI의 전장은 이제 애플리케이션이다”
기술의 시대에서 제품의 시대로, 이제 AI의 진짜 싸움터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누가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는 제품을 먼저 만들 것인가. 이 전장에서 빅테크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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